2026/05/07 – 06/20
참여 작가 : 박유키

Mea Maxima Culpa
전시 서문
et, percutientes sibi pectus, dicunt: 가슴을 세 번 치며 말한다:
mea culpa, mea culpa 나의 죄, 나의 죄
mea maxima culpa 나의 가장 큰 죄
<Confiteor 고백의 기도 中>
해당 라틴어 구절은 로마 가톨릭 전례문 Confiteor에 포함된 문장으로, 자신의 허물과 책임을 반복적으로 선언하는 고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례의 맥락에서 이는 죄를 시인하는 언어이며, 가슴을 치는 신체 동작과 결합된 수행적 발화로 기능해 왔다. 종교 형식에서 나아가 자기 인식의 공간을 여는 문장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 내부에 축적되어 온 복합적 상태를 화두에 올리는,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출발점이 된다. 중심에는 오랜 시간 쌓여 왔으나 선명한 문장으로 쉽사리 언급되기 어려운 마음들이 놓여 있다.
박유키는 사랑과 원망, 친밀함과 혐오, 애착과 수치심처럼 서로 충돌하는 여러 마음들을 분리된 범주로 나누기보다 뒤섞여
공존하는 상태로 결집한다. 이러한 복합성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면서 공간 전반에 따스함, 밀도, 그리고 긴장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설명 가능한 심리의 나열 이면의, 정리되지 않은 복합적 상태 그 자체이다. 복합성, 인간 내면은 실질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임과 동시에 자기 서사의 구조를 이루는 기반이기도 하다. 하물며 말하지 못한 고백,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불편함과 모순, 숨기고 싶은 충동과 승인받기 어려운 마음까지도 그대로 그려내는 태도가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자신을 향한 분명한 지시등을 켜면서, 외면과 유예의 습속을 멈추게 하는 윤리적 자세이기도 하다. 이는 자기 직면의 형식으로 자리하며, 마주한 시간이 남긴 흔적이라 여겨진다. 작가는 오랫동안 언어와 발화의 조건, 말하지 못한 상태가 신체와 물질의 표면에 남기는 흔적,
그리고 침묵 속에 축적된 것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외부에 표출될 수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작업에서 반복적인 글짓기와 자수의 과정은 즉시 소모될 법한 언어와 구별되어 고유한 시간성을 형성한다. 한 땀씩 이어져 수행과도 같이, 말들이 쉽게 소실되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시간이자 내부에 쌓인 문장 이전의 상태들을 표면 위에 정착시키는 시간이다.
쌓여 있는 말과 기억을 물질의 형식 안에 붙들어 두는 과정 속, 작품은 언어의 체류 공간이면서도 그 속에 숨어있는 복잡한 내면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발전된다. 조형 언어를 기반으로 시간을 통과하여 형성되는 셈이다. 그에 따라 공간 역시 유사한 의미로 구성된다. 표현이 경계 바깥에 즐비되어 있던 요소들을 조직하고, 또 풀어낸다. 침묵, 보류된 말, 억눌린 표현, 지속된 견딤은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 사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여 더 넓은 공통의 이야기 및 구조적 현실으로 나아가 확장되며, 해당 교차 지점의 구조적 맥락을 중심으로 단순하고도 복잡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남겨진 것들에서 부정이 동반된다 한들, 상태 그대로 지속하고 인지한다. 뒤섞인 마음들과 정리되지 않은 기억, 표면 아래 오랫동안 머무른 충동과 문장들이 작품을 통해 지속성을 띤다, 계속되는 인식의 구조로서의 고백과 자기 자신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상태. 내부에 존재하는 복합적 조건을 분명히 인정하고 그것이 타자의 시선 앞에 놓이기까지의 모든 행위가 과정의 일부이다. 결국 자기 내부의 모순과 흔들림, 애정과 혐오, 수치와 집착이 공존하는 조건을 승인하는 선언이라 볼 수 있다. 작가 박유키는 자신을
직시하는 방식을 선택, 작품을 통해 사라지지 않은 마음의 흔적들을 이곳에 남겨 두며, 그것들이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연다. 이번 전시는 고백의 형식을 경유하여 내면이 어떻게 표면 위에 기록되고 전달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Mea maxima culpa>는 고요하면서도 분명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방향으로 지속된 인식의 형태를 통해 과거를 인정하고,
발돋움하며 나아갈 발판을 제시한다.
*본 사업은 2026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