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5 – 04/18
참여 작가 : 주은

Greetings from before the Jordan, Jun
전시 서문
죽음, 혹은 작별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덧없게도 찬란한 인간의 삶에서 마지막이라 함은 결국 아릿한 감정들이 상기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종결 또는 비극적 차원으로 쉬이 다루어지기 쉬우나, 반대로 사회적 관계와 발화의 조건 속에서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상태로 하여금 개인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주은 작가는 요단강이라는 경계의 단어를 호명함으로써 삶과 죽음, 이쪽과 저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환기한다. 초원 또는 구원의 서사로 전유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사건의 중심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한다.
질병은 신체의 생물학적 이상 신호임과 동시에 시간의 인식과 관계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조건이다. 발생하는 순간, 일상은 연속적인 시간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불확정적인 상태로 전환된다. 삶을 지탱해 온 안정과 지속의 전제를 붕괴시키며, 유한한 인간에 잇따른 취약함을 전면에 드러낸다. 질병이 개입한 이후, 시간에서 발생하는 관계적 상태, 작별로 이어진다. 관계가 이전의 형태로 유지될 수 없음을 인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구분은 해당 과정에서 보내는 위치와 이탈하는 위치를 의미한다. 시간의 가속화를 통해 지속되면서 반복적으로 갱신된다. 이를 코앞에 둔 순간, 인간은 삶의 총체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언어로 정리된 사고일 수도 있고, 또는 무명의 응어리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을 기점으로 인간은 어떤 형태로건 간에 변화하게 된다는 사실이며, 삶의 조건으로서 재배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행이 지속되는 상태, 삶의 구조를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작가 주은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시간,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국면을 작업 전반의 인식 구조로 설정한다. 본 전시에서 작별은 복합적 주체의 행위나 감정 상태로 되돌아간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위치, 그리고 스스로 관계와 시간으로부터 이탈하는 존재는 분리되지 않은 채 응고된다.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자들이 다양한 언어로 기술한 이야기들을 시각 매체로 구체화한다.
서로 다른 시간성, 관계의 조건에서 비롯된 응답들은 병치된 상태로 전시 안에 배열된다. 텍스트는 전시 공간에서 음성 매체로 재구성된다. 이 음성들은 익명성을 띠고 있으며, 반복적으로 재생된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 맥락에서 분리되어 전환된 주체는 언어가 생성되고 전달되는 조건 속에서 잠정적으로 구성된다. 듣는 이는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하기에 앞서, 무엇이 들리고 들리지 않는지를 먼저 인식하게 된다. 청취의 불균등과 필연적 결과를 겸비한,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조건을 드러내는 구조적 장치이다.
이번 전시는 호주에서 하우스 페인터로 일하며 습득한 기술과 공사 자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멘트와 텍스처 아트를 주요 매체로 활용한다. 시멘트는 경화 이전의 유동성과 이후의 비가역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재료로서, 시간의 축척과 상태의 전환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작별 이후에도 지속되는 마음의 잔해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조건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매체이다. 물성의 흔적을 전면에 드러내는 표면, 균질하지 않은 질감과 반복된 마감으로 완결된 형상보다도 축척된 노동과 신체의 개입을 강조한다. 이는 점진적이며 반복적으로, 질병과 사별이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대응한다.
인간의 신체는 취약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어떤 질병은 공적 언어를 획득하기도 하는데, 일부 상실은 애도 가능한 대상으로 승인될 수 있다. 또, 다수의 견해는 사적인 영역에 머무는 것으로 분류된다. <Greetings from before the Jordan, Jun>은 개인의 기억이 공적 발화로 이동하는 경로를 전시의 구조로 채택한다. 주제를 내포한 각기 다른 매체들이 사회적으로 배열되고 감각적으로 인식되는 방식을 조직한다.
요단강을 건너기 전후라는 설정은 미완성된 상태로서의 시간을 가정한다. 따라서 이행이 지속되는 단계 유지가 공간에서 발생하고,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작별이 발화될 수 있는 조건과 한계를 재배치하는 존재로 위치한다. 이별을 코앞에 둔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누구도 대신 규정할 수 없으나, 물음이 발생하는 조건은 일부 공유될 수 있다. 아픔과 함께 도래하여 새로이 일궈지는 시간들과 재편되는 관계 및 잔여 등, 모두 고찰의 대상이 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재배치의 과정을 동시대 전시 형식의 하나로 설정하며, 마주한 것들에 대한 안녕과 고찰, 그리고 이에 대한 서사의 발화를 통해 도약에 대한 발돋움을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본 사업은 2026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