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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Being> Biological Temperature Correlation


2025/07/10 – 08/22

참여 작가 : 안지주, 이민혜

Breath-Being (숨-존재)

-Biological Temperature Correlation-(생물학적 온도의 연관성)

전시 서문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매 순간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미세한 흔들림, "숨". 개인적이면서도 타인과 공유됨이 불가피한 보편의 조건으로, 생물은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를 들이쉬고 내쉰다. 기초적 행위를 통해 생명력을 부여받은 물체는 곧 세계를 받아들이고 되돌려주는데,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일종의 관계 형성 양상 중 일부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무색의 공기가 지나가는 사이, 우리는 서로 감지하고 목적지에 닿는 과정을 반복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살아 숨 쉬는 존재에 대하여 분석과 연구를 거듭했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나아가 물체를 인식하고, 개체로서의 본질을 탐구하는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왔다. 서로 간의 온도를 감지하여 또 다른 층위의 생명을 인지하는 방식 등, 다양한 문화 및 인류학에서 또한 핵심적 요소로 자리한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현존재(Dasein)와 시간성(Temporalitat)을 통해 존재론적 형이상학을 전개했듯, 분석철학 전통에서는 철학적 양상 논리를 통해 가능성, 필연성, 존재론 등을 정교하게 분석했다. 가능 세계 실재론(Possibilia realism)을 주장한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그리고 현대 양상 논리 창시자인 솔 크립케(Saul Kripke) 등의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론적 명제를 형식화하고 세부적으로 구조화하기 위해 시도했다.

<Breath-Being>은 숨 쉬는, 그리고 앞으로 이를 공유하게 될 존재와 존재 사이를 아울러 흐르는 유기적 연결을 주제로, 삶의 현 과정과 가능성의 지평에 대해 질문한다. 타자와 나는 누구인가,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음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고찰, 그리고 잠재적으로 실재하는 연결의 형식을 회화적 접근으로 탐색한다. 생물학적 정의, 형체를 가진 대상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이유 없이 흔들리는 마음이 결합할 때 역시 우리는 생명을 인지한다. 관측할 수 없는 미세한 형식을 통해 매개하는 인지적 공명 구조를 중심으로, 살아 있는 것들이 서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시도한다. 또, 개체와 개체, 생명과 공간,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투명한 흐름 속에서 존재함의 의미를 되묻는다.

개체를 느끼는 기초의 방식은 찰나의 이미지 또는 관계 내부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거리에서부터 시작되며, 생명은 늘 내외부적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 내재적 파동을 마주한다. 이미지는 이러한 관점의 지층에서 실재(reality)를 모사하는 피상적 표면에서 나아가 주체와 세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응집체로 기능한다. 사물의 윤곽을 드러내는 동시에, 응시의 고착화, 정서의 잔재, 의미의 부재까지 일부가 되며,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동반한다. 조형 언어가 기재되고 소거되는 과정으로 화면이 생성되며, 주체의 내면 풍경을 반사하는 매질로써 관계의 구조를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고정된 구조로 환원될 수 없는 생물의 실존적 의의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포착하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병치함으로써, 존재학적 담론을 고찰하고 매개 방식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시도한다.

안지주

안지주 작가는 변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정적 너머 맥동하는 존재가 느끼는 것들을 표현한다. 화면 속 형상들은 고요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는 여러 요소의 형성 과정과 움직임이 담겨 있다. 고정되거나 단일한 중심성의 실체가 아닌, 다층적인 존재들이 서로 교차하고 간섭하는 접면의 형성을 이미지화한다. 시각적으로 정제된 평면과 조용한 형상 이면에는 서로 다른 생명이 있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적 구조화를 내포한다. 서로 방해하지 않는 공존, 혹은 자연스러운 이음새로 맺어진 우연한 질서와 같이 고요한 아름다움과 내적인 균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작업의 형성 과정에서 직접적 관찰과 경험을 핵심적 방법론으로 삼는다. 이는 사물이나 현상을 향한 주관적 해석이나 정서적 개입을 의식적으로 유예한 채, 대상을 탈맥락화하여 있는 그대로 조우하려는 인식적 태도에 기반한다. 이러한 비개입적 응시는 사물의 표면 너머에 잠재된 구조적 질서를 드러내며, 작가는 이와 같은 단편들의 조합을 통해 화면을 조직화한다. 특정 매체 또는 형식적 어법에 구속되지 않으려는 의지는 조형 언어의 유연성과 매체간 이행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 실험으로 이어진다. 시각적 전개의 우연성과 구성의 비선형성에 개방된 태도를 유지하며, 이미지의 표현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해 연구한다. 요소 간의 연결은 관찰과 수용, 생성의 과정을 통해 시각적 질료로 재구성하는 조형 행위로 귀결된다.

구체적 장소와 시간의 축척 속에서 발생하는 조형적 반응에 기반을 두어 시각화한다. 작업실 앞에 자리한 정원은 계절의 윤회, 생물의 순환, 기후의 변화들이 중첩적으로 일어나는 비형식적 생태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시간을 체화하고 이와 같은 공간은 화면 위에 시각적 구성의 층위로 번역된다. 여러 요소의 회화는 일견 정지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미세한 운동성을 품고 있다. 우연과 필연, 질서와 비질서, 밀도와 공백이 상호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공존하는 조건을 형성한다. 폐쇄된 형상과 상반되는, 지속해서 생성되는 존재의 모습을 보인다. 정태적 재현을 지양하고 존재들이 서로 매개하고 침투하며, 다양성이 얽히는 실존적 생태의 장면을 수렴해낸다.

이민혜

이민혜 작가는 인공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아쿠아리움은 생명의 도구화라는 이성적 현대 사회에 물음을 던진다. 자연을 모사하여 관람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생명을 보이기 위한 존재로 환원시키는 도구화의 미학을 내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동물해방> 사상의 선구자이자 철학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의 개념과도 맞닿는다. 그가 말한 바로는, 동물은 쾌락과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위를 지닐 권리를 부여받는다. 그들의 이익 관심을 해치는 행위, 학대와 살생은 이러한 관점에서 ‘종 차별주의적 행태(speciesism)’로 볼 수 있다. 이타주의적 사고에서 파생된 생각의 조각들에 대해 견해를 덧붙이듯, 그녀가 구축한 수조는 자연을 흉내 내어 꾸며졌으며, 그 안에서 생물은 찬란하게 비상하지만 동시에 외롭고 불완전하다.

장식적 요소와 과장된 표현을 통해 이질감과 연민, 애정과 불편함이 뒤섞인, 단조로움 사이에 있는 복잡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아름다움 속 슬픔, 보호의 마음과 거리감이 뒤엉켜 있는 상태로,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있는 감정의 형태인 양가감정이 드러난다. 단조로움 속에 배치된 요소들과 무채색의 색상, 연출된 생태적 구성 등으로 결합한 화면은 상반된 정서의 공존 구조를 드러낸다. 생명의 실존과 비현실성 사이에 긴장된 상태를 자아내며, 반복성과 고유의 유기적 변화 사이에서 모순성의 충돌을 만들어낸다. 시각적 안정감과 동시에 고유의 비정형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는 인공적 질서를 암시하고, 생명체가 갖는 본질적인 운동과 자율적 행동의 부재를 내포한다.

그녀의 예술 세계는 언어적 의미망을 초월하여 청각적 경험에서 비롯된, 심층적 반응에 기반을 둔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음악은 비개념적 청각 구조로서, 작가에게 상징적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 내재적 인상과 심상 이미지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일종의 전언어적 상상력의 촉발 장치로 기능하여 정형화되지 않은 표현으로부터 시각적 영감을 받아, 2011년 아이슬란드의 레지던시(Nes Artist Residency)에 참여했다. 현장 기반의 관찰과 더불어 이어진 여행을 통해 수집된 드로잉과 기록물은 직접 체감한 자연 형태의 시각적 변환물로 구현된다. 작가의 시각 언어 속에서 생명과 풍경의 현상적 형상화, 자연의 재인식, 그리고 시선의 윤리적 구조를 구성하는 데 있어 여전히 인식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마무리

삶은 늘 이행적이고 과도기적인 국면에 위치한다. 단절, 연결, 고립, 공존 등이 지속적으로 교차하며, 주체는 그사이 경계 어딘가에 머무른다. 의미화되지 않아 해석 불가능한 정념들이 떠오르는 중간 지대에서 여러 이념의 이중성을 마주한다. 생존은 생물학적 현상으로 환원되지 못한 실존적 조건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은 단일한 상태에서 머무는 것에서 확장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반응하는, 제3의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수용하고 그에 반응하는 역동적 존재 양식의 연속 과정 중 일부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생명 현상의 본질을 단일한 서사로 규정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교차하고 생성 중인 존재의 다양한 양태를 파악한다. 보편적인 생명 요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유기적 연관성과 구조, 실존적 장면들이 어떻게 시각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탐문한다. 비결정과 관계성,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감정, 윤리 등과 같은 구조들에 대해 숙고한다. 이번 전시는 이를 둘러싼 인식을 확장하여 고정된 의미 체계의 틀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두 작가의 상이한 시선은 상호침투적 세계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가장 본원적인 상태에서부터 출발한 예술의 가능성에 근거하여 그 영역을 파악하고 성찰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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