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8 – 09/08
참여 작가 : 배지민
























Phlox [fläks]
더운 여름에 태양을 우러러 풍성한 붉은 꽃들은 피우고 지고를 반복하는 식물이다. 열정, 청춘의 기쁨이 꽃말인 플록스는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고
나에게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도시 위를 부유하는 붉은 점들에 비유되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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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x [flʌks]
플록스와 발음기호가 비슷한 플럭스는 Flow에서 유래된 단어로
물질이 어떠한 힘에 따라서 유동하는데 그 방향과 속도의 흐름 자체를 표현한 개념이다. 흐르는 물질마다 정해진 방향이나 속도가 있고 계산할 수 있는데 이는 묵(墨)이 물(水)이라는 매개(medium)를 만나 한지(韓紙)에 반응하는 현상과도 유사하다.
화가는 물의 흐름과 행위의 조절로 화면 위에 묵의 운동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또한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도시의 모습을 유연하고 동적이게 묵과 색의 흐름으로 나타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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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퇴근길
차 뒤꽁무니 붉은빛들을 보며
아이러니한 사회 속에서 애쓰다가
발화(發火)하는 무수한 점들을 떠올린다.
이 점들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 진실의 잠재성이 될 수도 있고
애타게 조율하고픈 일상의 안위(安危)일 수도
누군가의 고됨이 승화되는 순간이기도
자유롭게 유동하고픈 정신적 리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삶에 대한 미묘한 긴장과 이완의 감도(感度)는 내가 수묵의 선염(渲染)과 모필(毛筆)의 동세에서 얻는 내적 긴장감과 맞닿아 있다.
이것이 내가 거친 파도 위를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2022.08.11. 목
수영로663 작업실에서
배지민
